사람들의 예상치 못했던 허를 찌르고, 이내 실실 웃게 만드는 이른바 ‘허허실실 만화’는 기성 미디어에서도 욕심을 낼 만큼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조인스닷컴에서 6개월 동안 인기 웹 카투니스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연재 만화를 발표했다. 구구절절한 이야기 없이 그림만으로 웃다 넘어가게 만드는 기막힌 표현력이 발군이었다. 그리고 차라리 말장난에 가까운 유치한 이야기(그랜다이저는 그앤다잊어, 소개팅은 소와 개의 미팅, 화이트데이는 Fight Day라는 식)지만, 웃음의 급소는 내용보다는 표정이나 포즈와 같은 디테일에 있다는 사실을 일찍이 눈치챈 타고난 ‘센스쟁이’였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만화에 큰 비전을 갖지 못했던 그는 군 제대 후 엉뚱하게도 영화배우를 꿈꾸게 된다. 영화배우 지망생이었던 군 동기를 따라서 모 대학의 연극영화과에 응시까지 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낙방, 결국 마음을 접고 그가 발길을 돌린 곳은 다름 아닌 게임 회사였다.
게임 회사를 다니면서도 권순호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카툰을 공개했다. 사실 그는 회사 일을 통해서 제 실력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몇 백 명의 그래픽디자이너가 경쟁하는 회사에서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센스쟁이’인데, 그걸 회사가 못 알아보더라.” 낮에는 권순호라는 이름으로 클라이언트 업무를 하고, 밤에는 호조라는 이름으로 카툰을 업데이트하길 4년, 그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기에 이른다. 호조의 유머와 센스를 인정해주는 이들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선 것이다. 퇴사를 결정할 때까지만 해도 본격적으로 작업에 몰두하면, 여느 인기 카투니스트들마냥 승승장구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작업하는 시간은 똑같고 잠자고 노는 시간만 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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